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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 포토에세이33

아이는 때때로 배운다 아이는 때때로 배운다 부쩍 커졌지만 여전히 작다. 커진 몸에 맞게 이런 저런 것들을 연습하곤 하는데, 무엇하나 새롭게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만다. 우리 동네 놀이터의 미끄럼틀은 언덕 위에 얹혀져 있는데, 얼마 전까진 거길 혼자서 못 올라갔다. 아빠처럼 서서 오르기엔 힘도 약하고 균형도 잘 못 잡으니까. 그래서 아빠가 끌어주거나 밀어주곤 했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엎드리더니 기어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이렇게, 스스로 깨달아가는 구나 싶었다. 한번에 못 오르면 쉬었다 오르고, 돌아서 가고, 기어서 가고. 기특하다! 2019. 10. 25.
손씻다가 미칠 노릇 손씻다가 미칠 노릇 나는 손을 꽤 열심히 씻는다. 음, 무엇보다 흡연자이기 때문에 손씻기를 게을리하면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담배냄새가 훨씬 더 심하게 나기 때문이다. 또, 나는 현대의학을, 그 중에서도 공중보건에 관해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손가락 사이, 손톱, 엄지손가락, 손등까지 보건소에서 알려주는 그대로 손을 씻는다. 문제는, 우리 딸이 그걸 따라한다는 데 있다. 처음엔 그저 장난 삼아 비누를 가지고 놀라고 알려주었는데, 이젠 하루에 네다섯번씩, 그렇게 정석대로 손을 씻으려고 든다. 물로만 씻어도 충분한 상태(토마토가 묻었다거나, 귤즙이 묻었다거나)임에도 무조건 비누로, 최소한 손톱 밑 정도는 씻어줘야 그만둔다. 당장 어딜 나가야 하거나, 밥을 차려야 하거나, 뭐 기타 등등 .. 2019. 10. 18.
이제 만들기를 한다 이제 만들기를 한다 지난 7월에, 아빠가 만든 컵탑을 매번 부수기만 하는 딸을 두고, 언제쯤 만들기를 할까 하는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바로가기) 여전히 부수는 걸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니 훨씬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제 제법 만들기를 할 줄 안다. 두 달만에 말이다. 요즘들어 말도 부쩍 늘었는데, 그와 더불어 만드는 재미도 느끼는 것 같다. 말하자면 '사물'과 '명사'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랄까. 뱃속에 있던 아기가 태어난 것만 해도 기적 같은데, 누워만 있던 아기가 서서 걷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데, 뛰고 말하고 만드는 걸 보니 경이로울 정도다. 2019. 10. 11.
아빠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자란다. 응? 아빠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자란다. 응? 요즘 나는 저녁 8-9시에 잠들어서 새벽 3-4시 사이에 일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전까진 새벽 2시에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곤 했다. 말이 2시지 3시가 되는 날도 종종 있었으니... 그 결과 만성피로, 원형탈모, 무기력감 같은 걸 달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아이가 잠드는 8-9시부터 잠들기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육아에 지친 나에게 뭐라도 보상을 주고 싶었다. 뭐 별다른 건 아니고 그냥 먹고 노는 일 말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피로는 육아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밤에 노느라 지속적으로 누적된 것이었다. 따라서 밤 늦게까지, 피로를 쌓아가며 노는 것은 사실 육아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놀고 싶었던 거지. 뭐 육아가 워낙에 힘든 일이니.. 2019.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