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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3

[메디씨나 지중해]새해를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며 끝없는 장작패기 누군가 나에게 의학공부가 재미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생고생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무슨 영광을 보려고? 애초에 의사를 꿈꿨던 것도 아닌데.) 게다가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사 년 전 의학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사촌동생이 만학도냐고 나를 놀렸다. 온 우주도 내가 만학도가 되기를 바랐던 것인가, ‘글로벌 천재지변’은 내 공부를 몇 년 더 지연시켰고, 덕분에 나는 올해야 병리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 스페인인들 모두가 성찬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는 연말에 수백 쪽의 종이에 묻혀 여전히 ‘의학의 유령’과 씨름하고 있는 요즘,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게 대체 어떻게 ‘재미’가 될 수 .. 2023. 3. 28.
내가 아는 '장애'는 무엇인가 -「언터쳐블: 1%의 우정」 얼마 전 「언터쳐블: 1%의 우정」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장애인활동보조와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지요. 영화는 야밤의 자동차 추격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곧 경찰에게 포위되었고, 운전대를 잡고 있던 드리스는 무면허!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수석에 앉아있던 필립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폭풍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드리스는 큰소리칩니다. “거 봐라, 내가 괜히 과속한 게 아니다. 지금 시간이 없다, 빨리 가야 한다. 못 믿겠으면 트렁크에 있는 휠체어를 봐라!”라고. 경찰들은 자신들이 오해했다며 사과를 하고, 병원까지 에스코트 해줍니다. 차 안에서 드리스와 필립은 자신들의 성공(!)을 즐기며, 경찰이 간 걸 확인한 후 도망칩니다. 이 강.. 2013. 4. 19.
너무 극복하기 힘든, 마음의 장애 난 환자가 아니야 오늘은 제이가 장애인 인권강사 양성 아카데미 졸업하는 날이다. 기초 과정, 전문가 과정 해서 10개월 동안 했던 공부를 마무리하는 날. 제이로서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시작하는 새로운 공부라 시작할 때 걱정이 앞섰다. 내가 과연 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제이는 학교 다닐 때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에도 안 갔다. 책을 읽는 것이 제이에게는 힘들었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왔다. 마음 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으니 늘 자신의 아우성으로 멍멍한 귀에 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책을 읽는 대신 제이는 침묵 속에서 고요한 숨결을 전하는 시를 쓰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를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혼자서 하는 독백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2012.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