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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9

너무 게을러 공부를 할 수 없는 나에게.. 휴일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만 하는 나에게 한 하급 관리가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양명 선생의 학문을 청강했다. 하루는 그가 양명 선생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자신은 양명 선생의 학문을 매우 좋아하는데, 평소 공무와 송사 관리 문제 등으로 일이 번잡하여 제대로 학문에 매진할 수 없어 괴롭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양명 선생이 말했다.양명 : 그대는 나의 학문을 오해하고 있다. 내가 언제 그대에게 공무와 송사 업무 같은 평상시의 일을 때려치우고 강의하고 학문하는 일에 뛰어들라 말하던가? 그대에게는 이미 그대에게 주어진 관아의 업무가 있으니, 공무와 송사 처리 같은 관아의 일을 수행하는 가운데서 학문을 이루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격물 공부인 것이다.왕양명, 『낭송 전습록』, 북드라망, 2014, 25~.. 2015. 10. 16.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③ 구도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구도(求道)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1. 학문이 극에 달하면 평상하여 기이함이 없다! 혜환의 문장이 남다르다면, 그건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담았기 때문이다. 혜환의 삶도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혜환 주변의 사람들도 특별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혜환 글의 주인공은 그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그의 독자 또한 이들이었다. 혜환의 붓은 이 한미한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직위나 신분, 그리고 사는 형편이 평범하거나 한미하지만, 이렇게 산다고 존재 자체가 평범하고 한미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을 남다르게 만들어주는 요인은 한미한 가운데 어떻게 생각하고 행위하느냐일 뿐, 다른 무엇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을 알아주고 .. 2014. 11. 4.
[노론백수 1세대 김창협] 시험을 위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과거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1. 군자의 길, 학문의 길! 조선시대 선비들은 누구나 벼슬에서 물러나고 나아가야 하는 ‘출처(出處)’의 때를 고민했다. 그러나 농암 김창협에겐 ‘출처’를 어느 때 해야 하는지는 문제되지 않았다. 아무리 때에 맞게 처신한다 하더라도 벼슬길에 나아가는 일이 자칫 부귀에 미혹된 것일 수도 있고, 물러나 숨어사는 일이 단지 인륜을 저버리고 자연에 묻혀 사는 데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자는 사소한 청렴을 지키거나 시시콜콜 삼가는 것으로 지조를 지킬 일도 아니고, 사사로운 지혜나 천박한 술수로 일을 삼아서도 안 된다. 농암에게는 나아가든 물러가든 먼저 할 일이 있었으니, 바로 ‘군자의 길’이다. 군자의 길은 다름 아닌 ‘자기를 닦는 학문’! 곧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사물의 .. 2014. 4. 15.
별헤는 밤이 온다! 가을별을 찾아서 가을 밤하늘에서 네모를 찾아주세요 -가을철 별자리를 찾아서① 손영달(남산강학원 Q&?) 페가수스 빙의 태풍 볼라벤이 지나갔다. 태풍이 불어 닥친 28일 서울은 유령의 도시 같았다. 행인들이 종적을 감춘 시가지, 사람들은 창문마다 부적처럼 X자를 쳐놓고 그분이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다. 강풍에 갸냘픈 여우비를 흩날리던 그 이름도 요상한 태풍 볼라벤은 몇 개의 전봇대와 가로수, 간판과 함께 ‘천안함 아군 기뢰에 의해 침몰’이라는 놀랄 만한 이슈 하나를 사뿐히 즈려 밟고 지나가셨다. ‘최악의 것이 온다’며 온갖 매체가 헐리웃 영화 카피처럼 입을 모았고, 상황도 헐리웃 영화 식으로 허망하게 종료되었다. 공포감 조성, 매체 장악... 어딘지 좀 식상하면서, 한편으로 구린내가 풍기는 시나리오다. 사람들은 X자로 봉쇄.. 2012.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