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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화5

고함을 치는 당신,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갑을관계-변증-슬라보에 지젝 윽박지르는 당신이야말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나에겐 이른바 ‘상급기관’이다. 다짜고짜 큰소리다. “당신 말이야,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면 문제인물로 문제제기할 거야!” 그래서 대답한다. “아, 예, 이렇게 해서…저렇게 되어…” 아니나 다를까 말을 딱 끊고 자기 말만 한다. “아니, 무슨 소리야, 정말 이따위로 할거야? 당신 부장 이름 뭐야? 이름과 전화번호 대봐” 상급기관이 밑도 끝도 없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내가 설명할 틈이 없다. 매일 앵벌이처럼 일해서 돈 받아 처먹는 처지에 이런 고함을 듣노라면 잠깐 멍해진다. 더군다나 느닷없이 문제인물로 문제 제기될 문제투성이 ‘하급기관’ 직원이 되어 버렸다. 매번 치명적이다. 어쩌다 이리 어렵.. 2013. 12. 11.
몸과 정치의 변화 -죽음의 정치에서 생명의 정치로! 주희와 금원사대가, 생명의 정치 신체는 국가다, 인신유일국(人身猶一國) 땅의 시대, 이제 직접적으로 정치가 신체의 이해방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의학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파울 운슐트가 지적하듯이 의학이론을 창조하는 힘은 단순히 몸의 존재방식에서 곧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외부의 모형을 통해 활성화된 이론을 가지고 몸이 제공하는 정보를 해석한다고 보는 편이 외려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럼 고대 중국에서 몸에 대한 국가의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 것에 주목해보자. 상식적으로 보자면 이는 신체의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국가의 기관들의 특성에 비유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니덤(Joseph Needham)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다. 이는 국가를 신체에 비유했다기보다, 신체를 국가에 비유했다는 것! 그.. 2013. 7. 17.
왜 되는 일이 없지? 이게 다 콤플렉스 탓? 괴로운 결과가 나올 때, 거기에는 분명 콤플렉스의 작동이 있다. 그러나 결과를 산출하는 더욱 중요한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다. 콤플렉스 작동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 때, 나는 단순한 매개자나 촉매제가 아니다. 콤플렉스라는 자연스러운 현실을 괴로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수동적 상태에 있는 '나'다. 그리고 내가 이 상태를 고수하는 한 결코 인과는 끝나지 않는다. 인과를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나'이기에 인과를 끊는 열쇠 역시 '나'에게 있다. —신근영,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98쪽 마음이 괴로운 상태일 때 흔히 상황 탓을 하게 된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라는 표현처럼 가만히 있는 '나'에게 '사건'이라는 외부의 상태가 나를 괴롭게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2012. 12. 11.
우리가 TV를 켠다, TV가 우리를 켠다 기술과 존재 내 집엔 TV가 없다. 결혼 때 사들인 TV가 고장 나자 다시 사지 않았다. 이제는 굳이 TV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 인구에 회자되는 개그프로나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프로를 꼭 봐야만 할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다. 더러 보고 싶기는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본방사수’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강박은 수상쩍다. 방송사가 만들어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할 것처럼 여기게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나도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하는 것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면 인터넷 생중계 화면을 이용해야한다. 투덜대는 아들 녀석과 컴퓨터 화면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가끔 ‘버퍼링’님이 찾아오시면 아들의 불평은.. 2012.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