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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보활보] 나는, 밝고 온화한 J의 우렁각시! 나는 부부의 활보다! 나는 11월부터 월요일마다 활동보조를 하고 있다. 내가 활보하고 있는 집은 40대 중반의 내 또래 장애인 부부의 집이다. 남편 O와 부인 J는 10년 전 지인의 소개로 결혼했다. 그들은 한때 여느 평범한 부부처럼 각자의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잘 나가던 때도 있었다. 소아마비로 하지 장애가 있는 O는 요즈음 주로 침대에서 생활을 한다. 그로 인해 O의 신변 처리 및 가정의 전반적인 일은 J의 몫이다. 부인 J는 한쪽다리 소아마비로 스쿠터를 이용해야 외출이 가능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장애인은 항상 우울하고 불행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이런 선입견은 다행히도 첫날 여지없이 깨졌다. 부부의 집에서 활보를 하면서 무엇보다 밝고 온화한 분위기에 깜짝깜짝 놀란다. 그 역.. 2016. 6. 10.
[활보활보] 여유롭게 직면하기 각자 할 일이 있다 겨울이 왔다 갑오년, 겨울이 되었다. 초여름 일을 구하려고 여러 이용자를 만났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G언니, H언니와 겨울을 같이 보내고 있다. 외출하려고 언니들의 옷을 갈아입을 때면 겨울을 더 확실하게 느낀다. 여러 겹 옷을 입혀주고 거기에 두꺼운 잠바까지 입혀주면 반팔 옷을 입는 여름이 그리워진다. 일한지 8개월이나 됐지만 옷을 두껍게 입혀주는 건 여전히 어렵다. ‘8개월이나 됐는데 옷 갈아입혀주는 게 왜 어렵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G언니의 근육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팔에 옷을 끼려면 노하우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노하우는 타이밍인데, 언니가 팔을 살짝 돌릴 때 쑥 집어넣어야한다. 하지만 이 노하우가 옷을 두껍게 껴입을 때는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2016. 5. 6.
진정한 자립 - '시설적 인간'에서 벗어나기! 탈시설하라! 이 거대한 시설로부터 ‘시설’에 대한 내 첫 기억은 16살 무렵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시설은 산 속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이었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잠깐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여서 엄마를 데리러 요양원에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보다 제법 크고, 다소 삭막해 보이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는 어느 누구도 있지 않았다. 건물 외관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건물 안의 모습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나를 바라보던 힘없고 무기력한 수십 개의 눈동자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들어서자 마자 나를 향해 집중되던 그 눈동자들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선연하다. 내가 ‘시설’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것은 활보 일.. 2016. 1. 8.
체감 거리 제로(0)의 현장실습, 활보를 통해 배운 것들 체감 거리 0mm 활보 속의 공부 공부하는 백수들에게 활동보조인 일은 종합선물세트다. 돈 솔찬히 주고, 시간 맘대로 정할 수 있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임에 분명하다. 이정도만 해도 활보는 실로 특A급 일거리다. 그런데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나? 한마디로 말해서 ‘한 몸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활보 일은 식사, 목욕, 신변처리 등의 모든 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개인 경호원처럼 1:1로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다. 나는 주 5일 일하면서 하루에 7시간 동안 이용자 T를 만난다. T와 나는 현재 물리적으로 누구보다도 가장 오래 있는 사이이고, 가장 가까운 사이이다.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2015.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