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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6

[메디씨나 지중해] 첫 번째 수술실 첫 번째 수술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처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외과학의 기본’이라는 수업의 실습 파트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론 수업은 진작 끝났지만, 한 번에 소수의 학생만 받을 수 있는 병원 사정 때문에 실습은 일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었다. 어쩌다보니 나는 모든 학생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이 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과목은 복벽(Abdominal wall)이었다. 주로 탈장이나 복막에 생긴 종양을 다룬다. 이왕이면 ‘간담췌’나 ‘위장’ 쪽을 보고 싶었지만, 몸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장기는 관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자 오히려 복벽 수술을 보는 게 더 잘 된 일이다 싶었다. 외래진료는 몇 번 참여해본 적이 있지만 수술실에 들어가려니 긴장도가 남달랐다.. 2023. 11. 27.
[활보활보] 이용자와 이별하며 -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것이 인연이다" 짧은 만남과 이별 나의 이용자는 올 초 신촌 세○○병원에서 한 달 새 두 차례 척추 수술을 받았다. 목 앞과 뒤에 철심을 박아서 비뚤어진 척추를 잡아주는 수술이었다. 엉덩이뼈와 골반을 깎아내서 철심과 척추가 붙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기 때문에 언니 몸에는 총 네 군데의 수술 자국이 생겼다. 수술을 마친 언니의 몸에는 피고름이 뭉치지 않도록 밖으로 빼낸 호스와 오줌 줄, 몇 개의 링거, 목 지지대 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똑바로 누워있는 것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했다. 잘 먹지도 못해 몸은 비쩍 말라갔다. 하루 세끼 먹은 밥보다 약이 더 많아 보였다. 다크서클은 점점 더 짙어졌다.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면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서 신경외과에서 .. 2016. 9. 9.
[활보활보] 여유롭게 직면하기 각자 할 일이 있다 겨울이 왔다 갑오년, 겨울이 되었다. 초여름 일을 구하려고 여러 이용자를 만났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G언니, H언니와 겨울을 같이 보내고 있다. 외출하려고 언니들의 옷을 갈아입을 때면 겨울을 더 확실하게 느낀다. 여러 겹 옷을 입혀주고 거기에 두꺼운 잠바까지 입혀주면 반팔 옷을 입는 여름이 그리워진다. 일한지 8개월이나 됐지만 옷을 두껍게 입혀주는 건 여전히 어렵다. ‘8개월이나 됐는데 옷 갈아입혀주는 게 왜 어렵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G언니의 근육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팔에 옷을 끼려면 노하우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노하우는 타이밍인데, 언니가 팔을 살짝 돌릴 때 쑥 집어넣어야한다. 하지만 이 노하우가 옷을 두껍게 껴입을 때는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2016. 5. 6.
에도시대, 신체의 해부와 '개인'의 발견 『해체신서』의 시대, 몸을 해체하다 닥터진, 신체를 해부하다 『타임슬립 닥터진』이라는 만화를 아시는지? 원작은 일본 만화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몇년 전에는 한국에서도 송승헌을 주인공으로 해서 리메이크 된 작품이다. 물론 한국 드라마만 보신 분들은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원작은 그렇게 엉망은 아니다. 아니 놀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을 제공해준다. 드라마는 외과의사인 주인공 닥터진이─의사의 성이 진(仁)임을 주목하자─어느날 사고로 갑자기 100년 전 에도시대로 시간이동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것이 근대의 시작이라는 메이지 유신 시기와 맞물려 어떻게 실제 역사적 인물들과 서로 얽혀 나가는지 그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을 당시 새로 수용되기 시.. 201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