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간서치4

"내게 두 눈이 있어 글자를 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옛사람에게서 온 편지 슬픔이 몰려올 땐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기만 하다. 땅을 뚫고 들어가고만 싶을 뿐 한 치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럴 때 내게 두 눈이 있어 글자를 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손에 한 권의 책을 들고 찬찬히 읽다 보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내 눈이 다섯 가지 색깔만 구분할 뿐 글자에는 캄캄했다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렸을지. ― 이덕무 지음, 길진숙 · 오창희 풀어읽음, 『낭송 18세기 소품문』, 128쪽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읽어보셨을 겁니다. 도적떼와 무인도로 들어간 허생이 무인도에서 나오면서 당부를 합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지 말아라’라고요. 약간 이상했습니다. 왜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했을까요. ‘글줄 깨나 읽은 사람들이 국정을 농.. 2015. 4. 14.
수양의 공부 vs 인정의 공부 - 논어에서 배운다 아는 것이 힘??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공부 vs 성공하기 위한 공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공부하던 사람들은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서 배웠는데, 요즘에 공부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배우는구나.” ― 『낭송 논어/맹자』, 「논어」편, 56쪽 “그만 놀고 어서 공부해라.” 부모님께 많이 들었을 말입니다. 또는 자녀들에게 많이 하시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 그때 ‘공부’란 위의 씨앗문장에 있는 ‘공부’ 중에서, 앞쪽의 공부를 말하는 것일까요, 뒤쪽의 공부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수양을 위한 공부입니까, 인정을 위한 공부입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대부분은 ‘인정’을 위한 공부일 것입니다. 윗세대의 부모님들은 당신들의 가난을 물려주는 것보다, 짧은 배움을 물려주는 것을 더 한스러워 .. 2014. 12. 19.
다산 VS 연암 -라이벌 책 추천! 북드라망에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가 있다면, 블로그에는 라이벌 책 추천이 있습니다. 하하;; 물론 워낙 유명한 두 사람인지라, 읽어보신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계실 ‘응? 이런 책도 있었어?’라고 반기실 분들을 위해 준비해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편지 VS 아버지의 편지 네 형이 멀리서 왔으니 기쁘기는 하다만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아 보니 옛날에 가르쳐 준 경전의 이론을 하나도 제대로 대답 못하고 우물우물하니 슬픈 일이로구나. 왜 이렇게 되었겠느냐? 어린 날에 화를 만나 혈기를 빼앗기고, 정신을 지키지 않아 놓아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때때로 점검하고 지난날 배운 것을 복습했더라면 어찌 오늘 이 지경에 이르.. 2013. 7. 16.
가을남자들이여, 하늘을 그물질하라! 사냥꾼의 그물 혹은 하늘의 눈물 -상강의 대표별자리 필수 손영달(남산강학원 Q&?) 수렵의 추억 이슬 시리즈의 종결자 상강(霜降)이 지났다. 서리가 내리고 초목이 시드는 때, 단풍의 빛깔은 하루가 다르게 농익어가고, 가을 막바지의 따순 볕 속에 낙엽이 하나 둘 부서져 내린다. 이 시기를 형용하는 참으로 빤한 멘트가 있으니, 바로 ‘낭만’이다. 낙엽과 함께 찾아온 우수, 바바리 끌고 다니는 남자의 계절…… 여기 동의하시는 분들이 혹 계실라나 모르겠다. 대체 이 계절의 어디에서 낭만이란 두 글자를 읽어낸 것인지, 나로선 당최 납득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이곳 필동 골짜기는 벌써부터 뼛속시린 한기가 가득하다. 그 옛날 필동에 살았다는 간서치(看書痴) 이덕무가 아침에는 동쪽 창가에 책상을 놓고, 점심때는 남쪽, .. 201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