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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곤 - 땅의 지혜를 배우다 땅을 닮은 암말을 아시나요? 중천건 괘에서 하늘과 아버지를 모셨으니, 이번에는 땅과 어머니를 모셔 올 차례다. 중천건은 팔경괘(八經卦)의 하나인 ‘곤(坤; ☷)’이 상하로 중첩되었으므로 ‘중지곤’이다. ‘곤’이 괘명(卦名)이고, ‘중지’는 괘상을 설명한다. 땅이 아래위로 포개어 있는 모습(상)을 본떠서 중지곤 괘를 그었다. 주역에서 천과 지, 양과 음, 강(剛)과 유(柔), 부와 모처럼 대대(待對)하는 개념은 언제나 짝하며 상호전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건은 ‘天-陽-剛(강건함)-父-王’의 개념들과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곤은 이와 대대하는 ‘地-陰-柔(유순함)-母-臣’의 개념들과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어머니 괘인 지괘는 유순하고 어질며 포용하는 괘이다. 하늘이 만물을 내면 대지가 그것을 모두어 품어.. 2013. 10. 25.
일단 간다, 모든 곳이 길이기에! 己土 - 평평, 우주의 모든 길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백무산 그대에게 가는 길은 봄날 꽃길이 아니어도 좋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새하얀 눈길이 아니어도 좋다 여름날 타는 자갈길이어도 좋다 비바람 폭풍 벼랑길이어도 좋다 그대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그대는 그곳에 그렇게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일렁이는 바다의 얼굴이다 잔잔한 수면 위 비단길이어도 좋다 고요한 적요의 새벽길이어도 좋다 왁자한 저자거리 진흙길이라도 좋다 나를 통과하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지우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베어버리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꽃을 들고도 가겠다 창검을 들고도 가겠다 피흘리는 무릎 기어서라도 가겠다 모든 길을 열어두겠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하나일 수 없다 길 밖 허공의 길도 마저 열어두겠다 그대는 출렁이는 저 바다의 .. 2012. 9. 8.
미운오리, 날아 오르다 戊土 - 미운 오리 새끼의 흙 떠나기 회사 사람들과 행주산성으로 거하게 술을 마시러 갔다. 오리구이와 산채 나물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으레 그렇듯이 주고받는 술잔에 얼굴이 금세 발개진다. 부장이 오리 요리론으로 장광설이 길다. 아마도 친척 중에 오리 요리집을 하는 사람이 있는 가 보다. 그러더니 누군가는 일요일 집 앞 내천 산책 중에 애들과 본 오리 이야기를 과장 섞어 가며 한다. 부장 말에 조응하는 허접한 꼴이라니. 그 옆에 있던 사람, 짐짓 전문가 연(連)하며 예전에 부친이 시골에서 오리를 키우던 이야기를 펼친다. 허참, 행주산성까지 와서 무슨 오리 얘기를 이리도 많이 한단 말인가. 이들과 같이 있으면 이 세상이 오리로 가득한 듯하다. 술 취한 친오리파 바보들이다. 술도 취하고, 나에겐 별다른 오리론.. 2012. 9. 1.
서양 별자리와 동양 별자리, 그 기원은 어떻게 다를까? 동양 별자리 28수 이야기 동양 별자리는 왜 복잡하고 지루한가 2주라는 시간은 대체 어떻게 흐르는 건지, 어느덧 마감이다! 원고는 아무리 해도 제자리걸음이고, 나의 전담 편집자인 류도사는 원고를 팽개치고 휴가를 떠나버렸다. 이 총체적인 난국의 상황에, 왜 나의 손은 키보드 자판이 아니라 마우스로 향하는 것인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웹툰이나 스포츠 뉴스 따위를 클릭하고 있다. 방금 전에는 네이버의 별자리 점을 클릭하고 있는 날 발견하고 소스라쳤다. 이게 될 말인가! 동양 별자리 연재를 맡은 작자가 원고는 안 쓰고, 서양 별점 타령이라니. 그런데 그 잠깐의 순간에 탄복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황소자리, 8월 15일 운세, 거기 이렇게 나와 있었던 것. “요즘의 당신은 도무지 해결.. 2012.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