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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간지 Day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신금사람

by 북드라망 2012. 11. 24.

신금辛金: 자유-날카로운 무기를 든 자객처럼!




공자가 자유가 다스리는 무성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공자가 무성에 들어서니 관청에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 공자는 예(禮)와 악(樂)으로 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정치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다. 헌데 예악을 한낱 무성 같은 작은 도시에서 행하고 있으니 국가를 다스릴 ‘소 잡는 칼’을 ‘닭을 잡는데’ 쓰고 있다고 비웃을 수밖에. 그러자 자유는 되받아 친다. “옛날에 제가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벼슬아치가 도를 배우면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백성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 하셨습니다.” 즉, 정치가라면 누구나 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던 공자의 말을 가슴 속에 꼭꼭 담아두었다가 자신을 비웃자 공자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 공자는 순간 당황해서 “내가 농담 한번 해봤어~”라며 은근슬쩍 넘어간다.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曰, “割雞焉用牛刀?”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者!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陽貨 3)


공자님은 찔렸을까요 안 찔렸을까요?


자유는 꼭 신금이다. 섬세하고 깔끔하며 겉보기엔 약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단단하고 야무진 보석.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에 좌우되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일을 처리할 때는 정확하고 치밀하고 단호한 성격. 보석이 세공되듯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멋을 알고 외모에 신경을 쓰고 어느 곳에서나 값어치와 능력을 인정받아 인기를 얻는 능력. 날카롭고 정확한 기획능력과 계산능력. 자유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실무적 능력이 뛰어난 덕분이다. 한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자유가 무성에 있을 때 공자가 “너는 인물을 얻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자유가 대답하기를 “담대명멸이라는 자가 있으니, 다닐 적에 지름길로 다니지 않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일찍이 저의 집에 이른 적이 없습니다.”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耳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雍也 14)


담대명멸이라는 인물도 그렇지만 그런 인물을 알아보는 자유의 눈도 정확히 신금의 눈이다. 단계를 한땀한땀 밟아가고 절대 급하게 무슨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 않고 날카롭게 공사를 구분하는 시선! 딱 신금이다. 그러나 자존심이 너무 강하고 욕심이 많고 보석처럼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신금의 성격이다. 그래서 어디서든 반짝이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자칫 뻑뻑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신금은 날카로운 칼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번 잘못 휘두르면 남들이 두려워할 정도의 냉혹함과 칼로 도려내는 듯한 독설로 나타난다. 자유가 스승인 공자에게 물불 가리지 않고 대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신금의 성격 때문이다. 간혹 너무 청백하거나 순수함이 지나쳐서 오히려 까다로운 면까지 있는 것도 신금이다. 어지간한 사람이 비위를 맞추기 힘든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런 성격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는지 자유는 이런 말을 남긴다.


“임금을 섬김에 자주 지적하면 욕을 당하고, 붕우 간에 자주 충고하면 소원해진다.”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里仁 26)


아무리 도려내고 비판하고 싶어도 정도껏 하라는 충고^^ 탁월한 일처리 능력이나 비판능력을 가졌지만 그것 때문에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면 이 충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신금에게 필요한 건 겉치레보다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다져진 내실로부터, 그 힘으로부터 빛나는 보석이야말로 신금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금의 날카롭게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하려는 태도는 역시 닮고 싶은 삶의 한 모습이다. 날카로운 무기를 지닌 자객처럼!



_류시성(감이당 대중지성)



<바람의 검심>에 나오는 히무라 켄신, 칼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 공자와 자유와의 에피소드가 궁금하신 분들은 ☞우리가 우리의 허물에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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