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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괴로워요! 멈추지 않는 기침

by 북드라망 2023. 9. 8.

괴로워요! 멈추지 않는 기침 


68세 남자분이 계속되는 기침으로 괴로워서 병원에 왔다. 진료 끝에 이런 말을 했다. “몇 달 전 대학병원에 가서 폐 CT를 찍었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그랬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기침 멈추는 약만 1달 치 주었다.” 이 경우처럼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대학병원에 가는 환자가 많다. 내과 학회를 할 때 이런 환자분들에게는 기침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교육을 하라고 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기침할까?

 


기침, 폐의 반사 기전 
일차진료 기관인 나의 의원에 오는 흔한 증상 중 하나가 기침이다. 2019년 가을부터 인류에게 이름을 알린 코로나의 증상 중 하나도 기침이다. 하여 사람들은 요사이 기침하면 코로나를 연상한다. 격리가 필요한 코로나로 오해받기 싫어서 빨리 치료하여 기침이 멈추기를 바란다. 그런데 처음에 언급한 68세 환자처럼 치료해도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폐 검사를 했는데 폐가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환자는 더 당황하지 않았을까?


기침하는 이유를 알면 환자가 느끼는 황당함이 줄어들 수 있다. 폐는 공기가 드나드는 곳이다. 이곳에 침이나 음식물, 병균이 들어가면 폐렴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기침’이라는 반사 작용을 이용하여 몸은 폐를 보호한다는 말이다. 기침 반사는 제10 뇌신경인 미주신경(vagus nerve)에 의해 조절된다. 즉 기침은 흡입성 폐렴을 막아준다. 또 기침은 코, 부비동, 기관지, 폐 질환의 초기 증상이다. 기침이 나타나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검사하여 치료해야 할 질병인 폐렴, 부비동염, 천식, 폐암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여기서 문제는 폐 검사가 모두 정상인데 계속 기침하는 경우이다. 기침은 반사 작용이며 미주신경이 관여한다고 했다. 이는 미주신경 통행 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기침이 오래간다는 말이다. 미주신경 통로에 관여하는 것이 알레르기 질환과 역류성 식도염이다. 이 경우는 기침할 때 일차적으로 검사하는 폐사진이 정상이다. 알레르기는 일시적이라 폐 자체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역류성 식도염은 사실 폐와 관련 없는 소화기 질환이다. 식도와 기도의 입구가 붙어 있다. 음식을 많이 먹고 바로 누우면 음식이 역류하여 기도 입구를 자극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기침이 일어나는 것이다. 

 

 


적게 먹고 산책하기
그러면 검사는 정상인데 멈추지 않는 기침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몸에서 습관을 고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처럼 약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이면 약 한 알을 먹고 빨리 기침이 멈추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위의 환자처럼 약 한 달 치를 받고도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기침을 지속하게 하는 생활 습관을 살펴서 같이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질환과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기침의 흔한 원인이라고 앞서 밝혔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가 어떻게 기침과 연관되는지 각각 살펴보면 좋다.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기침을 일으키는지 알고 나면 스스로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일종의 과잉 면역반응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을 보고도 놀라는 것’과 같다. 과거에 일으킨 면역반응과 비슷한 상황에서 몸이 호들갑을 떨며 두드러기, 맑은 콧물 같은 알레르기 상태를 일으킨다. 이때 내가 먹는 음식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음식 중 많은 것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과자, 밀가루 음식, 고기, 생선, 새우 등등이다. 물론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다. 땅에서 나는 곡류와 채소를 제외하고 가공으로 만든 식품이나 육류는 나이가 들수록 알레르기 반응을 많이 일으킨다. 이는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장간막의 주름 세포가 나이 들면서 이렇게 무거운 음식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성기침 환자는 식단이 소박해야 한다. 밥, 김치, 된장, 나물, 해조류가 좋다. 

 

역류성 식도염은 음식을 먹고 바로 눕거나 섭취량이 많아서 위에서 식도로 역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음식 먹은 뒤 눕지 말고 산책하며 지금보다 적게 먹으면 된다. 문제는 음식을 먹을 때 이 사실을 기억하지 않으면 과식하게 되고 그러면 식곤증으로 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눕는다. 자신을 관찰하지 않으면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 친구 중에 저녁 폭식으로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이가 있었다. 그는 저녁을 고구마로 바꾸면서 몇 년간 먹은 약을 끊었다. 

 

기침을 멈추는 방법을 알고 보니 단순하다. 소박한 음식을 적게 먹고 산책하는 것이다. 방법이 너무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렵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이 많아 기름진 음식을 피하기 까다롭고 할 일도 많고 바빠서 산책 시간을 확보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점심시간에 밥 먹고 친구들과 꼭 산책하기를 권한다. 또 회식할 때는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옆 사람에게 양보하고 수분을 많이 함유한 야채를 주로 섭취하라 한다. 

 

 


가래 뱉지 마!
그리고 또 하나가 꼭 필요하다. 가래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가래를 꼭 뱉어내서 내 목 안이 깨끗해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목 안에 붙은 가래를 꼭 떼어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기침을 일으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의도적으로 기침하여 목 안에 무엇인가가 붙은 것 같은 이물감을 없애려고 한다. 그러면 목 안의 점액이 튀어나온다. 이 점액은 침과 마찬가지로 목 안에 필요한 윤활제이다. 

 

그렇다면 가래를 뱉지 말라는 것인가요?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마르고 약간의 이물감을 느낀다. 이때 물을 삼키는 것이 좋다. 목 안을 촉촉이 하고 가래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가래를 뱉기 위해 과도하게 기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침 횟수가 줄어든다. 기침이 반사라고 한 것처럼 어떤 조건이 되면 기침은 저절로 일어난다. 이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를 살면서 위생 관념을 배우고 지나치게 청결에 집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깨끗하거나 더러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행동은 몸을 혼란에 빠뜨린다.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것이 몸에 이롭다. 환경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나타난 반응 중 하나가 기침이다. 

 



물과 공기는 생명 작용의 근원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인체와 뗄 수 없이 결합하여 있었다. 『동의보감』에도 나오듯이, “인간은 물속에서 살다가 공기 속으로 나온다.” 아이가 엄마 배 속에 있다 세상에 나오는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계몽 담론이 그것을 제기한 방식은 전혀 다르다. 물이 깨끗해야 하는 건 오직 생명의 원인인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함이고, 공기와의 관계 역시 먼지와 독한 생물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그것들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인자를 발견했으니, 그것을 제거하거나 차단하기만 하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고미숙, 『위생의 시대』, 73쪽)

건강을 위해 ‘나쁜 것을 제거하거나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라는 말이다. ‘가래를 제거해야 해!’하는 생각의 유래는 계몽 담론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술 후 폐 속에 찬 가래를 제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걸리는 감기 증상에는 사실 제거해야 할 가래가 거의 없다. 단지 이물감을 느끼는 것을 가래로 오인한 것이다. 기침해서 억지로 뱉으면 그날의 공기 상태, 먹은 음식, 콧물 색깔로 인해 다양한 색깔의 점액질이 나온다. 그러면 ‘제거할 대상’의 가래가 마음에 그려지고 기침을 계속하여 뱉기를 시도한다. 기침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교육하라는 것은 뱉어야 할 가래가 없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상에 계몽 담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은 청결 문제에 대한 강박적인 태도에서 유추할 수 있다. 어떤 병이 발생하면 원인을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원인이라 생각하고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차단하려 한다. 그래서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병의 발생을 보면 단순히 하나의 인과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의 상태에 따라 미생물이 적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 여러분이 열심히 먹는 유산균도 일종의 미생물이다. 현재는 서양의학도 몸을 통합 시스템으로 보고 상호 관계 속에서 병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것이 ‘brain ― gut system’이다. 체하면 머리가 아픈 것이다. 

폐 검사가 정상인데 지속하는 기침은 사실 몸에서 보내는 일종의 신호이다. 이때 내가 바꿔야 할 습관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괴롭다면 3가지를 시도하자. 뱉어야 할 가래가 없으니, 기침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침에 눈 뜨면 따뜻한 물로 목을 축이고 억지로 가래를 뱉지 않는다. 그리고 내 식단을 살핀다. 너무 무거운 음식인 고량진미를 과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밤늦게 많이 먹고 바로 잠들지는 않는지? 마지막으로 낮에는 나무나 풀이 있는 곳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기며 가볍게 호흡한다. 기침 덕분에 일상이 바뀌어 여러분은 더 건강해질 것이다. 

 

글_이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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