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오미자, 여름의 끝판왕

여름더위의 종결자, 오미자


송미경(감이당 대중지성)


기침감기와 갈증의 명약


작은 아이 4~5살 때 몇몇 아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동네 뒷산에 갔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은 늘 감기를 달고 살기 쉬운데 함께 놀던 아이들도 역시나 바깥활동이 많아서였는지 자연 기침감기에 걸려있는 때가 많았다. 노는 도중에 엄마들이 가져온 오미자차를 먹곤 했는데 뛰어노느라 생긴 갈증과 기침이 한꺼번에 가라앉았다. 보통 감기로 소아과를 가면 빨간색 물약과 오렌지색 물약을 받게 된다. 빨간색은 기침약, 오렌지색은 해열제이다. 색깔은 둘 다 빨간색이어도 인공색소에 약의 쓴맛을 감추려고 인공감미료까지 넣은 약과 새콤달콤 천연의 오미자차는 아이의 반응 면에서 천지차이였다. 오미자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음료이자 기침약이었다. 기침약 대신으로 먹일 수 있어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오미자가 어떻게 기침감기를 낫게 하는지 신기하면서도 궁금했다


감기에 좋다면 빨간약을 드시겠소? 파란약을 드시겠소? 자, 선택하시오! 음... 싫다 그런 거! 이제 약 따위는 먹고 싶지 않아! 대신 오미자를 주시오~~^^


보석처럼 투명한 붉은 색과 단맛에 반했던 나는 지난 가을 길상사의 찻집에 들렀을 때 대추차 향기 가득한 그곳에서 오미자차를 주문했다. 도자기 잔에 뜨겁게 나온 오미자차의 색깔은 물론이고 시고도 쌉쓰레한 맛은 나의 기대와 달랐다. 역시 오미자는 생 오미자와 설탕을 반반 넣어 발효시켜 엑기스로 만든 다음 시원하게 물에 희석해먹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온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오미자의 맛의 정체는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졌다.
 
다섯 가지 맛의 작용


『동의보감』에서는 “오미자는 껍질과 과육은 달고 시며 씨는 맵고 쓴데, 이들 모두에 짠맛이 있다. 이렇게 5가지 맛이 다 나기 때문에 오미자라고 한다”고 했다. 보통 과일은 과육이 클수록 단맛이 강하고 과육이 작을수록 신맛이 강한데 오미자는 신맛이 특히 강하다. 게다가 오미자는 뜨겁게 먹으면 신맛과 떫은맛이 강해지고, 차게 먹으면 단맛이 강해진다.
 

아~~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고여~~^^ 역시 식욕은 늘 팽배하다?!^^

그럼 오미자가 가지고 있다는 다섯 가지의 맛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일단 신맛은 진액을 끌어 모으고 체한 것을 녹인다. 신맛 나는 음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단맛은 비위를 보(補)하고 완화해주면서 독소를 풀어준다. 약재에 감초를 넣는 것도 감초의 단맛으로 약성이 강한 약들을 조화시키고 독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쓴맛은 화(火)를 내리고 습(濕)을 말리며 식욕을 돋운다. 봄나물이 식욕을 돋우는 것도 쓴맛이 허열을 내리면서 기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짠맛은 몸에 해로운 단단한 물질을 녹여내고 신장으로 약기운을 이끈다. 매운 맛은 발산작용으로 몸 안의 한기를 제거해주고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해 몸 안의 기의 흐름이나 활동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때 생강차를 먹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신맛은 간으로 들어가고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며 단맛은 비장으로 들어가고 매운 맛은 폐로 들어가며 짠맛은 신장으로 들어간다고 본다. 다섯 가지 오미자의 맛 중에서 시고 짠맛은 신장에 좋고, 맵고 쓴 것은 심장에 좋으며 폐를 보호하고, 단맛은 비위에 좋다. 이렇듯 오미자는 오장에 고루 좋은 작용을 하면서도 특히 신맛과 단맛이 강하다. 오미자의 대표적인 처방인 생맥산(生脈散)은 오미자의 신맛과 단맛, 쓴맛이 멋지게 작동하여 여름의 명약이 되었다.


더위를 날려줘


여름에 더위를 먹어서 땀을 많이 흘리고 심한 갈증을 느낄 때 원기를 되찾기 위해서 찾는 것이 생맥산이다. 더위를 먹으면 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해지고 기운이 없고 말하기가 싫다. 게다가 땀이 많이 나고 입과 목구멍, 혀가 건조해진다. 자칫 잘못하다간 이렇게 기운이 쫙 빠져버려서 쉽게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이럴 때 주로 생맥산을 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맥산은 마른기침이나 오래된 기침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그럼 어떤 이치로 생맥산은 여름더위를 물리치는 명약이 된 걸까? 생맥산을 구성하는 약재에 그 비결이 있다.


생맥산에는 인삼, 맥문동, 오미자가 들어간다. 이 세 약재는 폐의 기운을 돕고 폐열을 식혀주며 기운을 폐로 모으는 식으로 모두 폐에 집중한다. 여름은 무더운 화(火)의 기운으로 금(金)을 헤쳐서 폐가 상하기 쉽다. 폐는 기를 주관하고 수분과 진액을 퍼뜨리는 기관이다. 인삼은 폐기를 보하는 역할을 한다. 맥문동은 폐의 음을 기르고 폐에 물을 대줘서 윤택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미자는 진액을 생기게 하고 폐기를 모아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와 진액이 회복되고 맥이 다시 충만해지는 것이다.


갈증이 난다, 갈증이 나~! 누가 이 가련한 몸매의 소유자에게 진액보충을 위한 생맥산을 한 잔 선사할 것인가.^^

생맥산에서 오미자는 열매의 껍질과 살에서 나오는 단맛으로서 기운을 북돋고 진액을 만들며 폐를 촉촉하게 하고 신맛으로서 정(精)을 모으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 신맛은 진하면 흩어버리고 폭발시키는 목(木)의 작용을 한다. 그래서 구토나 설사, 적취를 녹여버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신맛이 옅으면 수렴하는 금(金)작용을 한다. 수렴은 삽정(澁精), 지한(止汗), 지해(止咳) 등으로 나타난다. 오미자의 신맛은 옅다. 따라서 간(肝)으로 들어가 금(金)의 기운으로 수렴한다. 간이 신맛을 수렴하면서 신(腎)의 진액을 빨아올리고 폭발하는 기운으로 전신에 진액을 유포하므로 위로는 폐(肺)를 보하고 아래로는 신(腎)을 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갈증과 기침이 가라앉고 기운을 찾게 된다.
 

덧붙이자면 한방약리 면에서도 이런 효과는 이미 입증되어있다. 오미자 씨에는 리그린 화합물이 들어있는데 이중에서 시잔드린 구조물은 호흡중추자극을 통한 거담(祛痰), 진해(鎭咳)작용을 한다. 또 효소 활성화를 통해 운동성과 노동력을 높이고 근육의 힘을 늘게 하고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덜 느끼게 하는 작용을 한다. 여름에 폐와 기관지 질환과 갈증, 피로와 무력감을 풀어주는 비결은 바로 오미자의 달고 시고 쓴 맛의 작용 때문이다.



정력의 묘약
 

오미자에는 ‘독계산’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쓰촨 지방의 촉나라 태수로 여경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칠십이 넘어서 우연히 묘한 약을 먹고 아들을 셋이나 두게 되었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에게 시달리다 병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약효를 알게 된 여 태수는 사람이 상하겠다고 생각하고 마당에 약을 버렸는데 마침 수탉이 버린 약을 쪼아 먹었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암탉에게 덤벼들어 올라타고는 머리를 쪼아대었다. 이렇게 며칠을 덤비니 암탉은 머리가 벗겨져 대머리가 되었고 이를 본 사람들이 이 약의 이름을 대머리 독(禿)에 닭 계(鷄)자를 써서 ‘독계산’이라고 지었다.(『동현자(洞玄子』)
 

독계산은 오미자가 주원료이다(육종용, 토사자, 원지, 사상자 포함). 오미자의 짠맛이 신(腎)으로 정(精)을 모으고 쓴맛이 기운을 일으키며, 매운맛으로 구멍을 뚫는 원리는 남성의 사정(射精)의 구조와 비슷하다.『동의보감』에도 “허로로 몹시 여윈 것을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신장을 따뜻하게 하여 음기를 세게 하고 남자의 정(精)을 돕고 음경을 커지게 하며 소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을 없애주며 주독을 풀어주고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찬 것을 치료한다”고 그 작용을 언급하고 있다.
 

좋은 말로 할 때 이리 내~!! 독계산인지 누드닭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력..을 위해서라면 집착하고 또 집착할 꺼야~~^^


오미자는 남자의 오로(五勞:심, 간, 비, 폐, 신의 오장이 피로한 것)와 칠상(七傷:음부가 냉한 것, 음경이 일어나지 않는 것, 아랫배가 당기는 것, 조루증이 있는 것, 정액이 적은 것, 정액이 맑은 것, 소변이 잦은 것)과 육극(오로에서 증상이 더 진행된 상태로서 기혈근골육정의 허로가 극에 달한 상태), 허로를 치료하는 처방에 수 없이 써 왔다. 그것은 오미자가 신(腎)을 보하고 정(精)을 모으는 효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장(强壯)기능과 독계산이라는 강력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장만을 목적으로 오미자를 먹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산수유나 복분자, 흑마늘 등 대중적인 여러 가지 강장제 속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강장제로서의 효능이 시원찮아서가 아니라  여름철 더위로 인한 갈증해소, 원기회복, 기침치료의 약으로서의 오미자의 명성이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시원한 음료이면서 기침감기 치료까지 되고 강장제도 되는 오미자. 이렇게 좋은 오미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늘 먹거나 과량을 복용하면 보하는 작용이 너무 빨라 폐를 수렴해 허열을 일으킬 수 있다. 열을 수반하는 기침이나 호흡곤란에는 쓰지 말아야 하고 급성염증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약에는 양면성이 있다. 마음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독계산은 오미자의 강력한 강장효과를 말하는 이면에 남용했을 때 소중한 아내를  잃을 수도 있다고 무섭게 경고하고 있다. 약과 독은 한 치 차이다. 병증이 있을 때 먹으면 약이 되지만 병증도 없이 단지 몸에 좋다는 이유로 탐닉한다면 독이 될 뿐이다.
 

올해는 특별히 더워서 힘들었다.  단지 더위만으로도 기운이 빠지고 멍해져서 정신줄 놓고 그러다가 밤이면 열대야로 잠을 못자고 멘탈붕괴 상태에 빠지곤 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더위는 해마다 계속될 것 같다. 올해는 엉겁결에 더위에 꼼짝없이 당했지만 뭔가 대책이랄 게 있다면 힘이 될 것이다. 더위로 멍해지고 무기력해질 때 오미자차와 생맥산을 기억하자. 게다가 몸 상태가 안 좋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로 기침이나 기관지가 안 좋다면 ‘기침을 다스리는 귀신같은 약, 오미자’를 꼭 먹어보자. 시원한 생맥산과 오미자차로 더위와 무기력을 날리자. 오미자의 금(金)기운으로 여름을 활력 있게 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가.


젠장! 오미자를 알았더라면 인도까지 갈 필요가...^^ 아무튼 늦여름의 땀방울, 오미자로 거두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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