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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1

젖병 떼기와 식습관_엄마

by 북드라망 2018. 4. 27.

떼기와 식습관



후후. 나도 돌끝맘이 되었다. 돌끝맘이란 무엇인가 하면, 돌잔치를 끝낸 엄마라는 뜻이다. 요즘은 돌잔치가 제2의 결혼식만큼 신경 쓸 게 많고 힘들다 하여 엄마들이 돌잔치를 끝낸 후련함을 담아 만든 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식’ 같은 것과 워낙 거리가 멀게 살다 보니 돌잔치도 친구나 지인들만 불러서 한다면 굳이 ‘돌끝맘’이란 말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돌잔치를 가족과 친지분들만 모시고 하게 되어 시작도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물론 그래봐야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한 거나 다름없는 돌잔치를 치렀지만 말이다. 단적으로 행사 당일 행사복으로 입힌 딸의 원피스만 해도 그렇다. 보통의 여자아기 돌잔치에 흔히 보이는 웨딩드레스를 연상케하는 하얗고, 레이스가 넘치고,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치마의 아기 원피스가 우리 눈에는 영 어색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옷은 잔치 말고는 딱히 입힐 자리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그렇기에 대여를 해주는 업체도 많고, 그래서 그런 옷을 원한다면 하루 대여를 해서 입힐 수도 있었겠지만… 그 옷은 엄마와 아빠의 미감에는 너무 맞지 않았기에 우리는 평상복으로도 입힐 수 있는 평범한 면 재질의 원피스를 골랐다. 그래도 나름 행사용이니 다른 때라면 잘 고르지 않을 디자인으로. 그런데 행사장에서 우리 딸 복장을 본 뷔페 레스토랑의 직원분도, 사진을 찍어주신 작가분도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 “이제 아기 옷을 갈아 입히셔야죠.”


바로 그 행사복


아무튼 돌잔치는 무사히 끝났다(행사 전문 아가라도 되는 듯 딸은 잔치 내내 한 번도 칭얼대지 않아 모든 어른들에게 칭송(?)받았다). 각설하고, 돌잔치를 기점으로 엄마와 아빠는 딸의 일상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하나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젖병을 떼는 것이다. 육아지침에 보면 아기가 12개월, 즉 돌이 되면 젖병을 떼야 한다고 되어 있다(늦어도 18개월까지는 꼭). 이유는 돌이 지나서도 젖병을 빨게 되면 “고집이 세지고 의존심이 증가하며 버릇이 나빠”지고, 뿐만 아니라 “치아 발달에 좋지 않고, 이도 잘 썩고 턱 모양이 바뀌며, 밥을 잘 안 먹게” 된다고 한다.(하정훈, 『삐뽀삐뽀 119 소아과』, 유니책방, 2016, 807쪽) 무엇보다 젖병은 ‘식기’(食器)라는 말이 와 닿았다. 아기가 자라면 일시적 식기인 젖병을 벗어나 컵과 숟가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때 젖병을 끊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컵 사용을 연습시키라고 육아전문가들은 말한다. 6개월쯤부터 시작해 볼 수 있는데, 연습을 하게 되면 아기들이 우유가 젖병만이 아니라 컵에서도 나온다는 것을 일찍 인식할 수 있고, 그럴수록 젖병 떼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일반 지침을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딸아이에게 생후 6개월부터 연습 삼아 조금씩 컵에 익숙해지게 했고, 컵 사용 시간을 서서히 늘려가서 아기가 어느 정도 컵으로 물을 잘 먹을 수 있게 된 생후 9~10개월 무렵부터는 하루 세 번 주는 분유 중 1회는 반드시 컵으로 주었고, 11개월부터는 하루에 2회를 컵으로 주었다. 그러면서 돌이 되면 바로 젖병을 끊으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딸이 컵에 적응을 잘하는 편이었기에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젖병을 빨 때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돌잔치 다음 날까지는 원래 주던 방식대로 하고, 그 다음 날부터 하루에 먹는 분유의 양을 줄임과 동시에 젖병도 없애 버렸다. 결과는? 젖병으로 분유를 먹었던 일을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겠을 만큼, 컵으로 분유를 원샷하며 잘 먹고(200cc를 마시는 데 1분 정도 걸린다;;; 엄마보다 훨씬 빠르다;;), 젖병 없는 세상을 맞이했다!


내 성격 때문에 일반적 육아 원칙에 너무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아주 가끔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딸의 양육에서 가장 신경쓰는 것은 ‘건강’과 ‘바른 습관’이다. 식생활은 이 두 가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제때 제대로 된 음식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먹는 것이 필요하며, 바른 식습관을 위해서는 정해진 자리에서 돌아다니지 않고, 자기 손으로 먹어야 한다. 


오...올바른 식생활?



엄마들이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먹이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 자리에 앉아서 먹게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먹지 않아도 치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하지만 아이가 배 고플까봐 걱정되는 엄마 마음은 그런 조언을 잊게 만들기 십상이다. 나 역시 앞으로 절대 그렇게 따라다니며 먹이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습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건 지금도 분명히 알고, 그때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딸은 식습관에 가장 중요한 스스로 먹기와 관련해서는 숟가락 사용 연습을 계속 해나가는 중이다. 물론 아직까지숟가락으로 밥을 제대로 뜨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입으로 숟가락을 가져가는 것은 제법 한다. 숟가락 사용을 8개월 무렵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연습해 가면 18개월쯤에는 제법 흘리지 않고 잘 먹게 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조금씩 연습해 가면 어느 순간 능숙하게 숟가락을 사용하는 딸을 머지않아 보게 되지 않을까. 좋은 습관은 역시 엄마아빠의 인내와 더불어 익어간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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