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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

2017년, 그리고 편집자 K를 보내며

by 북드라망 2017. 12. 29.

2017년, 그리고 편집자 K를 보내며

― 안녕,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기뻤던 일도 슬펐던 일도 모두 고마웠어요!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_ 한용운, 「님의 침묵」 中 


여느 해처럼 어느새 저물고 있는 2017년의 끝자락에서 다른 어느 해보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것은, 북드라망 독자님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 편집자 K가 북드라망을 오늘로 떠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지난 주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에서 편집자 K가 복선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소개했었지요).


K의 편집인생 10년 가운데 9년의 시간을 함께 보냈고, 또 북드라망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했기에 K와의 이별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생각할수록 짙어가지만, 저는 (겉으로나마) ‘쿨’하게 K를 보내주려고 합니다.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게 아닌 2017년처럼, K와 한 직장에서 일하는 인연도 그러하구나,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오래오래(가능하면 평생) 함께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한날 한시에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으니까요). 젊은 날에는 그걸 인정하지 못해서 너무 오래 힘들기도 했고, 나이 들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뒤에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오래오래 마음이 아프곤 했습니다. 지금은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기보다는, 그에게 내가, 또 나에게 그가, 그저 함께 있는 동안 ‘좋은’ 사람이 ‘싫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하루 빨리 떠나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함께 있는 이 순간을 함께 즐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K는 저에게 내내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도 저도 원체 ‘끈적’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함께한 세월 동안 죽고 못 사는 사이처럼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실, 헤어지는 마당이니 부끄러움을 좀 감수하며 고백하자면, K에게 저는 내내 많이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사자자리라 그런지(응?) 제가 또 누굴 그렇게 막 의지하고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니지만, ‘그 사람’이 없는 내 생활이 잘 떠오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면서 살 수밖에 없는 가족들에게 갖는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평소에 막 그립고 생각나는 그런 것도 전혀 아닙니다. 그저 가만히 내 삶을 생각해볼 때 어쩐지 배경처럼 그 사람은 늘 있는… 황동규 시인의 시구―“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가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K는 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2017년이 가고 새해 첫 출근을 하면 북드라망 사무실에 더 이상 K는 없습니다. 물론 K가 없어도 북드라망은 또 북드라망의 일을 해나갈 것이고, 어쩌면 그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빨리 채워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K가 없는 북드라망은 어쨌거나 K가 있을 때의 북드라망은 전혀 아니겠지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활동을 펼쳐 나갈지 모르겠지만, 북드라망이 K가 계속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는 출판사의 모습이길 바랍니다. 


안녕, 편집자 K! 원하는 만큼 놀고, 놀고, 또 놀 수 있길 바랄게(K의 남편님도 파이팅!).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서운한 일도 기뻤던 일도 아팠던 일도 즐거웠던 일도 모두모두 K와 함께해서 좋았고 다행이었어! 고마워! 서울에 올라오면 꼭 놀러와~!


그리고 2017년 올 한해도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 저자 선생님들 모두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_)



북두령 올림

(*‘북두령’은 북드라망 대표의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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